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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

[독서 노트] 검사내전

by litaro 2020. 1. 28.

검사내전

 

드라마 '검사내전' 을 우연히 보고 재미있던 참에 회사동료가 동명의 책을 읽는것을 보고 빌려보게 되었다. 예상과는 완전 다른... 실제 검사인 작가의 에피소드와 생각을 쓴 책이었다.
드라마랑 같은 소설 스타일인줄 ... ^^;; 알았는데

하지만 앞의 에피소드가 너무 와닿고 중간중간 빵 터지는 얘기들이 있어 술술 읽혔다.

작가가 똑똑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뒷부분에서 하는 현재의 법 시스템의 문제점이 사실 하고 싶었던 얘기였을텐데 처음부터 하진 않고 처음에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에 대해 호감이 생기게 하여 별다른 거부감 없이 끝까지 읽게 되었다.

사기 공화국 풍경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참 와닿는 현실적인 말이었다.
이제 더이상 희망이나 꿈이란 단어가 낭만적인 시대가 아닌것이 참 서글프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사기 공화국이되었단다. 작가가 봐온 사건들을 읽으면서 정말 억울하지 않으려면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다짐하게된다. 사기 당하면 다시 되돌려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야하는것 같다. 참 읽으면서 이해안되는 사람들.. 저걸 믿나.. 싶은데... 귀 얇은 나이기에 내가 그 상황이 안되봐서 그렇지 목숨걸고 뛰는 사기꾼에게 골리면 정말 쉽지 않나보다. 더 화가나는것은 안그래도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사기치는것이다. 왜 그렇게 사나... 씁쓸하고 슬프다.
확실히 이 시대는 도덕성이 나를 비롯해서도 떨어졌다. 명분이고 체면도 돈 앞에서는 고개를 못드는 세상이니 ㅠㅠ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사기꾼 할머니의 하이타이 세제환 에피소드는 다시 읽어도 드라마틱하다.

유전무죄로... 보험사기통로였던 병원은 큰 타격없이 계속 운영을 한다는것에 다시한번 ㅠㅠ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주성분은 욕심, 욕망, 욕정이다. 우리는 '욕심'이라는 거친 바다 위를 구멍 뚫린 '합리'라는 배를 타고 가는 불안한 존재들이다."
결국 사기에 걸리는것은 우리의 욕심이었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내가 당한 모든 사기?는 내 욕심이었다 내가 듣고 싶은것 믿고 싶은것을 보았다. 모태신앙으로 평생 기도하고 성경을 읽어도 참 어쩔수 없는 문제인것 같다. 나의 죄성은... 이 책에 나오는 목사님 에피소드를 보며 교회를 옮기겠다는 나름? 선한 의도로 시작한것이 결국 잠시 잠들고있던 욕심을 깨우면서 교회고 직분이고 다 버리고 떡하니 사기꾼에게 교인들에게까제 돈을 빌려서 거금을 갖다 바쳤다. 하긴 내가 다녔던 ㄱㄹ교회나 최근에 핫했던 ㅁㅅ교회와 같은 대형교회 목사님이 자신이 한때 뜨겁게 기도하면서 눈물로 개척한 교회를 각종 명분을 내세워 자식에게 넘겨준 것과 다를바가 없다. 다 인간적인 욕심이지... 결국 목사님도 다 똑같은 인간이라...

'프랜차이즈 시장의 폭탄 돌리기' 편은 나에게 실질적?인 지식을 주었다. 나도 맨날 회사 그만두고 커피숍을 차려서 커피향을 맡으며 손님이 없으면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꽃다운 청춘이란 드라마 주인공이나 누리는 것이다. 우리는 젊었을 때도 지금처럼 구질구질했고 늘 허덕거렸다. 게다가 목 좋은 곳의 카페와 함께히는 여유로운 노년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건 서울의 건물 같은 것이다. 지천으로 깔렸는데 우리 몫은 없다."
와우... 정말 한방 얻어맞은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그렇지 이게 사실이다. 매일 서울의 카페에서 밥을 먹고 프라푸치노를 마시지만 1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경기도로 출퇴근하는게 나의 삶이다.
확실히 검사라서 그런지 글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정확하게 찌르는 비수같은것이 있다. 그런점이 이 책을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고 혼자 빵터져서 깔깔 웃기도 하고 또 안타까워 눈물짓게도 했다.

사람들,이야기들
"마음대로 짓밟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그건 존엄한 것이 아니다. 짓밟힌 것이 오히려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간청해야 한다면 그건 존엄한 것이 아니다." "가해자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고, 화해하거나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요즘 나오는 뉴스의 학교 폭력의 수위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오히려 나이가 어릴 수록 더 잔인한것 같다. 나때도 그랬나...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나부터도 혹시라도 친구한테 잘못하면 엄마한테 엄청나게 맞기때문에 엄두도 못냈는데... 그 아이들은 맷집이 좋은건가. 아니면 부모가 조용히 웃으면서 타이르는건가...
나도 맞고 컸고 맞을짓을 했다는것을 알아서 (그 나이에 과연 엄마가 조용히 이성적으로 타일렀다면 내가 바로 잘못을 깨닫고 이성적인 판단을 했을지 나 자신도 의심스럽기에...) 난 확실하게 잘못한 일에는 애초에 잡아야하는게 더 큰 잘못을 잡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지금 아이도 양육하고 있고... 나도 오히려 어린시절은 왕따? 비스무리한걸 당한적이 있기때문에 그때 기억에 엄마가 그 사실을 알았을때 용서하라는등 잘 지내라는등 하지 않고 같이 비난?해줘서 오히려 툴툴 털어버린 기억이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얘기하는 수준과는 많이 차이가 나지만... ㅋㅋ
아무튼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그리고 학교폭력의 원인은 폭력이 발생했을때 보인 어른들의 반응이라는것이 와닿았다. 피해자보다는 가해자가 저지른 잘못을 무마하고 조용히 넘어가려는...분위기가 가해자를 계속 양산시킨것같다. 특히 가해자들 부모의 반응...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는 추억?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은 왜 그 자녀가 가해자가 되었는지를 조금 알게하는것 같다.
아무튼 모든 아이들이 가해자도 피해자도 안되길 기도한다.

이 장에서는 무거운 얘기도 있었지만 가장 나를 웃게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바로 '이야기의 뒷면'
'이야기의 뒷면'은 함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여름휴가를 떠난 옆팀의 실수로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졌고 이때 부장검사의 대처 방법이 정말 빵 터졌다. 예싱치 못한 대처능력? ㅋㅋ 근데 이건 읽어봐야 웃기지 설명하거나 하면 재미가 없어서...

3장과 4장은 그냥 쭉 읽었다
3장 검사의 사생활은 검사라는 보수적인 조직사회의 단면에 대한 에파소드가 나오는데 나도 더한 경우도 보고 들었기 때문에 그냥 씁쓸할 따름이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말 눈에 뛸만한 세계적인인재가 아니고서는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하는것은 뭐 어쩔수 없는 현실이니깐...

4장이 아마 작가가 검사생활하면서 가장 얘기하고 싶었던것이 아닌가 한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도발이다. 법재로 하자는 것은 상대방과의 공존과 상생은 개뿔, '널 반드시 박멸시키겠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하다."
법대로 하면 결국 고소한 사람이나 고소당한 사람이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힘들다. 누가 이기든 진짜 승자는 법룰가들이다.

"결국 성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가난하고 어수룩한 부모를 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큰 탈은 없는 것이다. 합의하면 되니까. 가난한 것은 단지 불편할 뿐이라는 말은 틀렸다. 가난한 것이 부끄러운 세상이다. 이러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책에나오는 사건들은 이미 뉴스를 통해 들었던 사건들이 많았는데.. 특히 항상 열이 받는건 "심신미약" 이라서 감형해주는 것이다!!!!! 음주하고 저지른 성폭행, 교통사고... ㅠㅠ 이런 판결들을 보면 판사의 자질도 검증할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국은 판사를 선출하고 있고 배심원제도도 있다고한다. 배심원제도야 미드를 봐서 알고 있었지만 판사가 선출하는 것이란건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고 나름 일리가 있는것 같다.
그 이후 나오는 얘기들은 지루한? 법 시스템 관련이고 아무래도 검사입장이라서 검사개혁을 찬성하는 나와는 생각이 다른점이 있다.

간만에 포기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고 또 현실을 깨우치게해준 책이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