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영화와 책을 워낙 감동적으로 봤기 때문에 비슷한 소설이라고 해서 보기 시작했다. 요즘 통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프롤로그 부터 출산 장면이 나오면서... 오~ 아이가 있는 주인공이라는 것에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바로 몰입하면서 보게 된 소설이다.
주인공 제스는 아들을 출산하느라 밤새 산고로 힘들어 하는데 이 중요한 순간에 아이의 아빠 애덤은 연락이 안된다. 새벽에 아이가 태어나서야 립스틱 자국에 술냄새를 풍기면서 병원으로 애덤은 도착한다. --;;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 평생 상처로 남을 텐데... 결국 애덤과 제스는 그 일로 관계가 틀어져 제스 혼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아들 윌리엄을 키운다.
좀 의아한 것은 그렇게 아이가 태어나는 시간에 다른 여자와 있을 정도로 아이에게 관심없었는데 둘이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 아빠로서 경제적인 지원은 계속했고 매년 주기적으로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아이를 막상보니 부성애가 생긴것인지...
"미 비포 유"와 왜 연결되는 소설인지... 제스의 엄마가 요양원에 있다는 사실에서 알게되었다. 엄마의 병명은 "헌팅턴병". 사실 나는 처음 들어본 병인데 ㅠㅠ 유전병이라고 한다. 헌팅턴병은 뇌 세포의 죽음을 초래하는 유전병이다.
그 시절이 그립다. 헌팅턴병이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 어휘에 속하지 않았던 시절. 엄마가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병이 인간이 걸릴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병이라는 말도 듣지 않았던 시절. 또한 그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내게 유전되었을 가능성이 50대 50이라는 사실도 모르던 시절.
우리는 건강이 신에게 받은 권리라고 생각하며 당연하게 여긴다. 마치 평생 이렇게 건강하게 살 것처럼. 심각한 질병은 다른 사람들이나 걸리는 줄 안다. 신문이나 페이스북에서 숭고한 사연과 투병담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우리도 그런 사람들이 되었다.
나도 그랬다. 물론 제스에 비하면 약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서울 대학병원에서 엄마의 검사 결과를 동생과 둘이 대신 들으러 간날... 나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난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있는 일인줄 알았고 마치 꿈꾸는것 같았다. 오히려 동생은 바로 현실로 인지했는지, 의사의 방에서부터 병원을 나오는 내내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우리를 쳐다 보았다. 난 눈물이 나지 않고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무표정이었고... 엄마는 결국 그로부터 6개월 뒤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소설이 더욱 와닿았다. 제스가 프랑스의 멋진 성에서 보내는 휴가중에도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십분 공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제스 자신이 유전자 검사를 했고 양성이라는 것이다. 그 검사가 얼마나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30살에서 50살 사이에 발병하는 그 병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인것이다. ㅠㅠ 아... 예전에 본 영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줄리안 무어"가 알츠하이머에 대해 연기한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가 떠올랐다. 알츠하이머도 유전이라서 앨리스의 세 자녀가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데 반항적이었던 막내딸만 검사를 하지 않는다. 치명적인 질병이 자신의 미래일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살아간다는게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그것은 내가 그 상황이 되어서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빠한테서 문자가 와 있다.
윌리엄이 즐겁게 지낸다니 다행이구나. 넌 어떠냐? 엄마도 오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오후에 엄마랑 함께 윌로뱅크에 갔는데 날씨가 좋아서 정원에 앉아 제과 제빵 책을 봤단다. - 아빠가 x
나는 눈을 감고서 장미꽃들 사이에 앉아 있는 두 분을 상상한다. 아빠는 반질 반질하고 두꺼운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엄마가 각각의 사진을 찬찬히 볼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엄마는 그 책에 나오는 케이크 장식들을 거의 다 한 번쯤 만들어봤다. 엄마에게 케이크 만들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열정을 쏟아붓는 대상이었다.
비록 이제는 그 책에 실린 정교한 장식을 만들 수 없다고 해도 엄마는 사진을 보면서 한때 자신이 부렸던 마법을 회상하는 걸 좋아한다. 온갖 재료로 가득한 찬장과 부족한 참을성. 타고난 예술적 감각을 동원해서 부렸던 마법이었다.
내 아이는 나를 어떤 것으로 기억할까? 요리나 집안일은 꽝이라 특별한 재주가 없는 나인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도 가족에게 뭔가 기억할 수 있는것을 개발?해야겠다. ^^
제스나 제스의 엄마도 그래서 아무리 애덤이 미워도 손주와 아들을 위해 애덤과 윌리엄이 가까워지길 바랬던것 같다. 당연히 부자지간의 정을 느끼게도 하고 싶었을 테지만 제스도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한 혼자서 윌리엄을 계속 지켜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제스는 5주간 아들과 함께 애덤이 프랑스에서 고성을 개조한 호텔로 휴가를 가게 된다. 혼자 가기 힘드니 애덤을 아는 제스의 친구들도 함께 이 휴가에 참석했다. 애덤은 처음에는 초대해놓고서는 아들과의 시간보다는 자신의 젊고 어린 애인과 보내는 시간에 더 투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막상 곁에서 아들을 보니 마음이 달라진것 같다.
참 엄마 아빠라는게 아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헤어진다고 해도 서로 연결이 안 될수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그 과정을 아름다운 프랑스 호텔을 배경으로 너무 잘 표현했다. 그리고 싱글맘으로서, 또 불치병의 엄마를 돌보는 딸로서 자신을 위한 삶을 잊고 살았던 제스에게 설레는 일이 찾아온다. ㅋㅋㅋ 소설에서 보면 주인공이 여행지에 가면 늘 일어나는 일~ (절대 현실에서는 안생기는...) 건너편 별채의 전문직으로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영국 남자가 제스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새로운 로맨스도 기대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중반쯤 넘으니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밤 10시면 아이보다 먼저 골아떨어지는 내가 ㅠㅠ 새벽 2시까지 읽었다. 후반부에서는 혼자 감동받아서 펑펑 ㅠㅠ 울고.
결혼할 때 그러쟎아.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겠다고. 대부분의 사람은 결혼 할 때 그 대목을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난 생각했어. 아주 많이. 그리고 결혼하기로 마음먹었고.
이 소설은 나에게는 나의 결혼 생활과 사랑을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나 또한 아플때나 건강할때나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사랑하겠다고 ㅋㅋ 서약하고 결혼했지만... 사실 이 서약 내용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결혼한것은 아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사랑?때문에 그 시기를 견딘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을 보면서 갑자기 나는 사랑을 하고 있긴 하는건지. 그리고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 소설을 표현할지 너무 너무 기대가 된다~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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