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잘 가지 않는 요즘, 주로 책은 지인들의 추천도서중에 골라서 읽게 된다. 나의 소설분야 큐레이터 지인이 자신의 올해의 책이라고 추천한 책이 바로 "이토록 평범한 미래" 였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책이 (비록 올해가 1/3 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의 책이다. ㅋㅋ
이토록 평범한 미래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지금 미래를 기억해, 엄마를 불행에 빠뜨린 아버지와 그 가족들을 용서하길 바랍니다.
미래를 기억하라는 말에 난 너무 깜짝 놀랐다. 이 말 하나로도 이 책은 내 인생책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며 후회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닫혀지 과거의 문앞에 앉아서 문고리만 붙잡고 우는 나의 삶. 힘들고 지칠때마다 후회로 우울한 감정이 나를 삼키기 시작할때마다 난 앞으로 이 말을 되뇌일 것이다. "미래를 기억하라"
난주의 바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평범한 계획.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성격 좋고 바르게 사는 사람을 만나 연애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별 탈 없이 기르고.... 퇴근길에는 친구와 맛있는 안주에 술을 마시며 옛 추억을 얘기하고, 여름이면 가족들과 외국에 여행을 가는 삶.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고 서점에 들러 신간을 사서 돌아오는 삶. 그다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정도 삶은 살 수 있을 줄 알았지.
...
'저를 죽여주십시오, 하느님. 저는 죽어야만 합니다. 제가 죽어야 제 아들이 살수 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그녀에게 올바르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따라 해보라시며. '제가 살아야 제 아들이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보라시며. 정난주가 머뭇거리며 그래도 되느냐고 묻자, 하느님은 그래야 된다고 말씀하셔.
모두의 생각 아닐까. 나 또한 평범한 삶을 원했는데. 어쩌면 큰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큰 노력을 해야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을 살수 있는것이 아닐까.
늘 곱씹는 드라마 미생 장그래의 대사.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나온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버려진것 뿐이다."
난주의 이야기를 한 주인공의 심정이 와닿았다. 아이를 잃고 모든 희망이 없어져 서울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남해의 섬까지 오게된 주인공의 마음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고통은 상대적인것이다. 내 고통이 나에게는 최고의 고통이다. 지금 겪는 내 고통에서 넘어지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할수 있는 기도를 가르쳐준것 같다.
김연수 작가의 책을 달랑 세권 - "원더 보이", "지지 않는다는 말" 그리고 이책 - 만 보고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되었다. 어쩌면 워낙 책을 적게 읽어서 일수도.. ㅋㅋ 아무튼,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좋은것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아 숨쉬기 힘든 순간에 읽을 책을 찾아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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